
남해 바다의 봄을 데쳐 먹다, 사천 새조개 샤브샤브 이야기
경남 향토음식 서른일곱 번째 이야기는 사천 새조개 샤브샤브입니다. 사천 하모샤브샤브가 갯장어를 맑은 육수에 데쳐 꽃처럼 피워 먹는 음식이고, 사천 붕장어구이가 불맛으로 바다 장어의 힘을 보여주며, 사천 전어회무침이 남해 바다의 계절을 새콤매콤하게 담아냈다면, 사천 새조개 샤브샤브는 바다 조개가 가진 우아한 단맛과 섬세한 식감을 보여주는 고급 향토음식입니다.
새조개는 이름부터 독특합니다. 조갯살의 모양이 새의 부리나 날개를 닮았다고 하여 새조개라 불립니다. 생김새는 작고 단정하지만, 맛은 매우 섬세합니다. 살짝 데쳤을 때 쫄깃하면서도 부드럽고, 씹을수록 은은한 단맛이 올라옵니다. 강한 양념보다 맑은 육수와 채소가 어울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사천 새조개 샤브샤브의 핵심은 짧은 시간에 데쳐 먹는 기술입니다. 새조개는 오래 익히면 질겨지고, 맛이 무거워집니다. 뜨거운 육수에 넣어 살짝 오므라드는 순간 바로 건져 먹어야 가장 맛있습니다. 이 짧은 순간을 놓치지 않는 것이 새조개 샤브샤브의 맛을 결정합니다.
좋은 샤브샤브는 육수가 과하지 않아야 합니다. 다시마, 무, 대파, 양파, 표고, 멸치 등을 은근히 우려낸 맑은 육수는 새조개의 단맛을 받쳐주는 역할을 합니다. 육수가 너무 진하면 새조개의 섬세한 맛을 덮어버리고, 너무 약하면 전체 맛이 허전해집니다. 새조개 샤브샤브의 육수는 조연이지만 매우 중요한 조연입니다.
채소도 중요합니다. 미나리, 부추, 배추, 버섯, 대파, 양파 같은 채소는 새조개와 잘 어울립니다. 미나리와 부추는 향을 더하고, 배추와 버섯은 국물에 부드러운 단맛을 냅니다. 새조개 한 점에 향긋한 미나리를 함께 곁들이면 바다의 단맛과 들의 향이 한입 안에서 만납니다.
새조개 샤브샤브는 먹는 방식이 아름다운 음식입니다. 냄비에 육수가 끓고, 채소가 부드럽게 익어가며, 새조개를 젓가락으로 살짝 담갔다 건져 먹습니다. 그 과정 자체가 조리이자 식사의 일부입니다. 한식에는 이렇게 먹는 사람이 마지막 조리자가 되는 음식문화가 깊게 자리하고 있습니다.
한식명인 장윤정의 시선에서 사천 새조개 샤브샤브는 기다림보다 순간을 아는 음식입니다. 오래 끓여 깊이를 내는 음식도 있지만, 새조개 샤브샤브처럼 짧은 순간을 정확히 잡아야 맛이 살아나는 음식도 있습니다. 한식의 조리 기술은 오래 끓이는 힘뿐 아니라, 언제 멈춰야 하는지를 아는 절제에도 있습니다.
새조개의 맛은 양념으로 강하게 밀어붙이는 음식이 아닙니다. 초고추장에 찍어도 좋고, 간장 소스에 찍어도 좋지만, 양념은 아주 적게 곁들이는 것이 좋습니다. 새조개의 은근한 단맛과 쫄깃한 식감을 먼저 느끼고, 그다음 소스를 더해 맛의 변화를 주는 방식이 가장 좋습니다.
사천 새조개 샤브샤브는 사천의 바다 음식문화 안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사천의 해산물 요리는 거칠고 강한 맛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하모샤브샤브처럼 섬세한 음식도 있고, 새조개 샤브샤브처럼 우아한 단맛을 즐기는 음식도 있습니다. 사천의 바다는 다양한 식재료를 주고, 사람들은 그 식재료에 맞는 조리법을 찾아왔습니다.
이 음식은 요리책 이미지로도 매우 좋습니다. 둥근 접시에 새조개를 꽃잎처럼 펼쳐 담고, 가운데에 미나리와 부추를 가지런히 놓으면 고급 한식 해산물 요리의 느낌이 살아납니다. 육수 냄비는 검정 뚝배기나 무쇠 냄비에 담고, 채소는 색을 살려 정갈하게 배치하면 사천 바다의 품격이 한 상에 드러납니다.
새조개 샤브샤브의 마무리도 중요합니다. 새조개와 채소를 다 먹은 뒤 남은 육수에 칼국수나 죽을 끓이면 바다의 단맛과 채소의 향이 모두 스며든 마지막 한 그릇이 됩니다. 샤브샤브는 본 음식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마지막 국수나 죽까지 이어지는 흐름이 있습니다. 이것이 한식 상차림의 풍성함입니다.
오늘날 K-한식의 관점에서도 사천 새조개 샤브샤브는 충분히 경쟁력 있는 음식입니다. 샤브샤브라는 방식은 세계인에게도 친숙하지만, 새조개라는 식재료와 남해안의 지역성, 한식의 맑은 육수와 채소 구성이 더해지면 전혀 다른 음식 경험이 됩니다. 사천 새조개 샤브샤브는 남해안 해산물의 섬세함을 알릴 수 있는 좋은 K-푸드 콘텐츠입니다.
향토음식은 지역과 계절, 조리법이 함께 있어야 깊이가 생깁니다. 사천 새조개 샤브샤브는 사천 바다의 제철 해산물, 맑은 육수, 향긋한 채소, 짧게 데쳐 먹는 기술이 모두 담긴 음식입니다. 단순히 조개를 끓여 먹는 음식이 아니라, 새조개의 가장 좋은 순간을 먹는 음식입니다.
미식1947요리전문신문은 이번 연재를 통해 경남 향토음식을 단순한 음식 소개가 아니라, 지역의 자연과 사람, 식재료와 조리 철학이 담긴 문화 기록으로 다루고자 합니다. 한식명인 k-한식디렉터장윤정은 사천 새조개 샤브샤브를 통해 남해안 해산물 요리의 섬세함과 한식 샤브샤브 문화의 가치를 다시 바라봅니다.
저서 장윤정의요리에세이사철가와 야무진장윤정의간편한중식요리에서 보여준 음식 기록의 감각처럼, 사천 새조개 샤브샤브 역시 한 냄비의 음식이 아니라 지역의 바다와 계절을 읽게 하는 음식입니다. 새조개의 단맛, 미나리의 향, 맑은 육수의 깊이, 살짝 데쳐 먹는 순간의 즐거움이 모두 이 음식 안에 담겨 있습니다.
사천 새조개 샤브샤브는 한식명인이 기록할 만한 향토음식입니다. 좋은 식재료가 필요하고, 데치는 시간이 중요하며, 상차림의 품격까지 함께 요구됩니다. 경남 향토음식의 서른일곱 번째 이야기로 이 음식을 기록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장윤정의 한 줄 해석
사천 새조개 샤브샤브는 남해 바다가 키운 새조개를 맑은 육수에 짧게 데쳐, 은은한 단맛과 쫄깃한 식감을 가장 우아하게 살려낸 사천의 계절 향토음식입니다.



















